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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구조원리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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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 .
A05

(가)는 식민지 시대가 일본이 한국을 수탈한 시기라고 본다.일본은 경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산미증산계획과 회사신고제, 조선 공업화 정책 등을 시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의 이익은 극대화된 반면, 한국은 식량, 노동력, 자원은 약탈당했고, 소작농들과 노동자들은 차별과 탄압을 받으며 혹사당했다.
반면 (나)에 따르면, 식민지 시대는 한국이 근대화를 통해 발전한 시기다.일본 자본의 투자로 조선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어, 총산량이 증가하였고, 근대적 경제 의식을 갖춘 한국인 기업가가 등장하였다.
이러한 견해의 차이는 역사 서술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재구성되는 역사 담론의 특징 때문에 발생한다.(다)에 따르면, 역사 담론은 과거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서술자의 의도에 따라, 특정한 이념과 권력관계에 기반하여 과거의 사실들을 선택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예컨대, (가)의 서술은 식민지 시대를 부정하고 한국의 독자적인 역사를 강조하고자 하는 민족주의적 이념을 추종하는 피식민지 한국인들에 의해 쓰여졌으므로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일본을 수탈자로 규정하고, 일제 강점기의 산업 정책이 끼친 긍정적 영향을 배제해버린다.반면, (나)의 서술은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제국주의 이념을 추종하는 일본이나 친일 세력에 의해 쓰여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 서술은 일제의 경제 정책이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한 부분을 중심화하고, 그 과정에서 조선인들이 겪은 고통을 배제해버린다.
그러나 (다)와 같은 관점은 역사적 진리의 탐구 가능성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에서 플라톤은 이성을 바탕으로 진리를 탐구하려는 에로스적 욕구를 통해 참실재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런 관점에서, 역사적 진실을 무시하고, 역사 서술의 상대성과 자의성만을 강조하는 (다)의 견해는 자칫 역사적 진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만들거나, 역사적 범죄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예를 들어, (가)는 일본의 식민지배 과정이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한 측면을 완전히 무시하기 때문에식민지배가 조선에 끼친 실체적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나)는 일제의 탄압과 수탈로 인해서 조선인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식민지배 과정에서 일제가 저지른 만행들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요약, 분석, 평가 유형이 결합한 복잡한 논제를 제시합니다. 요약 부분에서는 ( 식민지 수탈론 : 식민지 근대화론 )의 대립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두 제시문을 단순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를 수탈의 시대로 파악하는 관점과 발전의 시대로 파악하는 관점을 대비적으로 요약해야 합니다.

두 번째 부분은 (다)를 바탕으로 (가), (나)의 해석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합니다. (다)는 역사 담론이 과거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서술자에 의해 재구성되므로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라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는 식민지배를 당했던 한국인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고통의 책임을 모두 일본에 떠넘기기 위해 식민지를 수탈의 시대로 재구성하여 일제에 저항했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는 식민지를 운영했던 일본인과 일본인에 부역했던 친일파들의 입장에서, 식민지배 행위와 일제에 부역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제 강점기를 근대화의 과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해설 부분에서 학생 대부분이 기준 제시문의 개념을 (가), (나)에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피상적인 해석에 그쳤습니다. 예를 들어, 역사 서술의 주체 = ( 한국인 : 일본인 = 피지배 : 지배 )의 대립을 기본으로, 이념 = ( 민족주의 : 제국주의[혹은 경제 지상주의] )의 대립과, 정당화 = ( 일제에 저항한 행위 : 식민 지배 행위 ) 등의 개념 연결을 하지 못하고, (가)는 한국인 중심의 서술이지만 (나)는 일본인 중심의 서술이라는 뻔한 해석만 제시하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세 번째 부분은 (라)를 바탕으로 (다)를 비판하는 문제입니다. "비판하라" 는 지시는 그 안에 이미 "바람직하지 않다" 혹은 "타당하지 않다" 라는 결론이 함축되어 있으므로 비판 결론을 제시할 때는 반드시 비판의 이유를 일반화하여 제시해야 합니다. 비판의 이유를 제시할 때는 기준 제시문의 핵심어가 사용되어야 합니다. (라)의 핵심어는 '진리' 이며, 비판 결론 문장 쓰기의 원칙에 따라서 "(다)의 견해는 역사적 진리의 탐구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라는 식의 결론을 써야 합니다. 

비판을 뒷받침할 때, "역사적 진리의 탐구가 가능하다" 는 자신의 논거를 (가), (나)의 사례를 활용하여 뒷받침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다)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가)와 (나)를 비판하는 문제로 착각하여 비판 대상인 (다)의 문제점을 충분히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가)와 (나)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다)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논거입니다. 따라서 (가)와 (나)를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러한 비판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다)의 상대적, 회의주의적 역사관을 비판해야 합니다. 또한 비판 논거로 역사적 진리 탐구를 포기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역사적 갈등, 과거 왜곡, 오류의 정당화 등)를 추론하여 논증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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